한화첨단소재 안식월 수기
나를 돌아보는 시간 '자전거 국토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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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화첨단소재 안식월 수기 세번째 주인공, 전자소재 영업팀 김기헌 부장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학생일 때처럼 방학 같은 긴 휴가를 써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안식월 제도라는 게 저 먼 유럽의 어느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실제 경험을 해보게 되니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는데요. 저는 안식월 기간 동안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안식월 _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 집주변 강변 자전거 도로
사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방학 같은 한 달의 시간을 써본 지가 어언 십수 년이 지난 터라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안식월을 부여받았을 당시는 팀의 리더로 승급되면서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무거운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시기였고, 이런때 안식월은 사실 또 다른 부담이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한 달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사실 가능할까 하는 불안함과 부담감에 처음에는 안식월 휴가를 마냥 기쁘게만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 아름다운 아라자전거길 풍경
하지만 이문열 삼국지 서문 중 이런 글이 있습니다. ‘꿈꾸고 있으면 꿈인지 알 수 없고 흐름 속에 같이 흐르면 그 흐름을 알 수 없다. 꿈이 꿈인 줄 알려면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흘러간다는 걸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막연한 불안함에 시간을 소비하기보다는 모두를 믿고 잠시 벗어나 나를 돌아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잠시만 모든 걸 잊고 안식월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했습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현황 <출처: bike.go.kr>
당시는 자전거를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정도 되는 때였습니다. 주말에 두 아들과 같이 강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며 아빠 역할도 하고 건강도 챙길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활동을 즐기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집 주변을 20~30Km 정도 돌며 조금씩 거리를 늘려 70~80Km까지 당일 코스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더 멀리 움직이기엔 아이들 체력과 시간이 마땅치 않아 생각만 하고 있던 터였는데, 안식월은 생각만 하고 있던 계획을 구체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바로 ‘자전거 국토종주’로 안식월 기간 동안 도전할 목표를 세웠습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 물품 <출처: bike.go.kr>
행정자치부와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국토종주 인증제’는 자전거길 주요지점에 위치한 인증센터에서 여권처럼 생긴 수첩에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종주를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총 1,853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는 12개의 구간별 종주와 아라서해갑문에서 낙동강하구둑까지 이르는 ‘국토종주’,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강을 종주하는 ‘4대강 종주’ 전 구간을 모두 종주하게 되면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으로 인증되어 인증서와 매달이 수여됩니다.
#값진 경험을 쌓다 _ 자전거 국토종주
▲ 국토종주 시작지점 아라서해갑문, 국토종주 인증 수첩
때는 무더위와 장마가 한창인 6월! 안식월이 시작되기 전, 주말을 이용해 한강, 북한강 등 일부 집에서 가까운 구간은 미리 완주하고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종주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서 쉽게 준비할 수 있었고, 고가의 자전거나 전문복장은 아니었지만 우려 반 설렘 반으로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 한강자전거길 양평, 이포보 캠핑장
처음에는 쉽게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업무에 대한 걱정들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처음 보는 풍광과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오르막길, 너무 아쉬운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어느새 머릿속은 하얗게 리셋되고 있었습니다.
▲ 동해안 자전거길, 폭우 뒤 무지개
장마는 오히려 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존재였으며 폭우 뒤 잠시 잠깐 보이는 무지개는 고생 뒤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이었습니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야간에 달릴 때는 안전을 위해 밝은 라이트를 비춰주며 같이 달려준 전문 라이더도 만나고, 섬진강 자전거길에서는 종주를 준비한다며 궁금한 걸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 사례 차 나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맛있다는 나주곰탕집에서 대접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 다양한 경험을 쌓은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
자전거 도로 구간이 끝나면 다른 구간으로 이동하는 일명 ’점프’를 하는데 고속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최근 자전거 종주 인구가 많아서인지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는 걸 기사님들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요즘 자전거 타는 사람이 줄어서 우려하는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달리기 위해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이동도 하고, 자전거를 타다 날이 어두워지면 가까운 모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여장을 풀며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고 내일 코스를 준비했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_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
▲ 국토종주 인증서
‘국토종주 인증’은 완료해서 메달과 인증서를 받았지만, 4대강 구간 중 금강, 오천 구간은 시간 부족으로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며 남겨두게 되었고 4대강인증과 국토완주 그랜드 슬램은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세종과 가까운 곳이라 주말이면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겨울이 오고 일상에 돌아오고 나니 벌써 9개월이 지나버렸네요. 이제 날이 풀리고 봄꽃이 피었는데 조만간 남은 코스도 완주해서 ‘그랜드 슬램’을 꼭 달성해야 겠습니다.
일상, 업무, 책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오르막에 슬퍼하고 내리막에 기뻐하고 있는 단순해져 있는 나를 보았습니다. 일상에서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책임감에 눌려 있게 되었을까? 앞으로 다가오게 될 불확실함, 좋을지 나쁠지 걱정한다고 변하지 않을 일들, 쓸데없는 걱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페달을 밟고 있었던 그 순간, 수기를 쓰고 있는 지금, 팀원들과 함께 있는 오늘,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안식월을 통해 잠시 흐름에서 벗어나 내가 흘러가고 있던 곳을 보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선배 후배 사원님들에게,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자전거길을 또 달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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